오랜만에 완전 취향에 맞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간만에 제대로 된 비극입니다.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까지 될 수 있는지, 그 끝이 어떠한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네, 브레이크도 범퍼도 죄다 고장나버려요. 덕분에 영화는 그냥 끝까지 달려갑니다. 그리고 쾅!
감상에 들어가기 전에 몇가지 얘기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주인공이 들고 다니는 카메라가 바로 주인공을 촬영하는 그 카메라죠.
그렇기에 중간중간 내용이 비약한다거나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건 주인공이 촬영한 영상의 한계라는 설정으로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친절하게도 주인공 앤드류와 사촌 맷과의 다툼에서 계속 카메라를 끄라고 요구하는 맷을 보여주기까지 하죠(비록 좌절하기는 하지만).
2. 어떻게 힘을 얻었는지는 중요한게 아닙니다.
배트맨에서 조커가 왜 또라이가 되었는지가 중요하지 않듯이 말이죠.
초능력은 그저 수단일 뿐이라 그게 어떤식으로 주인공들에게 작용하여 초능력을 얻게 되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가 않아요. 굳이 초능력일 필요도 없어요 사실. 아키라와 비교하는 분이 많던데 아키라처럼 개조인간이 되어도 상관없고 길가다가 아이언맨 수트를 하나 줏어입거나 국방부에서 비밀리에 개발한 턱시도를 입수하게 된다해도 이야기 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물론 과정을 설명하면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굳이 초능력의 기원을 설명하는 따위의 무리수를 두지 않고 모큐멘터리라는 설정으로 설득력을 확보했다고 생각합니다.(오히려 비전문가인 고딩들이 초능력의 정체를 밝혀냈다면 그거야말로 설득력이 떨어지는거죠.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요)
3.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그건 스파이더맨에서 나온 대사고요.
영화를 보며 어떤걸 느끼는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영화는 바람직한 초능력자의 초상을 그리려는 의도같은건 없다고 봅니다.
바람직한 초능력자의 상에 가장 가까운 스티브는 주인공의 번개에 맞아 죽고 사촌 맷은 자기 손으로 앤드류를 죽이게되죠.
오히려 가정의 소중함, 우정의 소중함, 미국 의료보험 체계의 취약점을 고발, 뭐 이런 분석쪽이 설득력 있어보여요.
위에도 말했지만 초능력은 그저 이야기 진행을 위한 도구일뿐 주제와는 별 관련이 없습니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즐기세요. 그 안에 숨겨둔 의도같은거 찾는 놀이는 공부좀 하신 다음에 하셔도 됩니다.
그럼 영화감상.
영화는 찌질한 주인공의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아침부터 만취하여 아들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해대는 아버지, 병상에서 오늘내일하고 있는 어머니, 등하교를 같이 하긴 하지만 슬슬 주인공에게 질린듯한 사촌 맷. 새로 시작한 취미는 비디오 카메라로 별다른 목적도 없이 일상을 촬영하는 것이지만 동급생들에겐 괴롭힐꺼리가 하나 더 생겼을 뿐이고 심지어는 사촌 맷마저도 병신같으니 하지 말라고 합니다.
앤드류가 살고 있는 세계는 자존감 따위가 생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에요. 학교에선 제대로 된 친구도 하나 없는데 심지어는 찌질이라고 얻어터지기나 하고, 심지어는 중학교때까지 친했던 사촌마저도 거리를 두려고 해요. 부상으로 은퇴한 전직 소방관인 아버지라는 작자는 쥐꼬리만한 연금으로 한 가정을 책임져야하는데 아내가 병들어서 약값 대기도 빠듯해요. 약을 먹이지 않으면 사람이 죽는 마당에 의료보험공단에선 돈이 없으면 약을 줄 수 없다는 소리나 하고 앉아있죠. 그런 자신의 상태에 대한 무력감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술과 아들에 대한 폭력으로 풀고 있어요.
지금 앤드류의 편인 사람은 앤드류의 어머니 단 한명뿐이에요. 오로지 그녀만이 "우리 아들 멋있다." "우리 아들 잘 생겼네"라고 해줘요. 하지만 그녀는 병상에 누워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는 신세죠.
그러던 어느날 사촌 맷의 권유로 참가하게 된 파티에서 앤드류는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돼요. 학생회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교내 최고의 킹카 스티브와 사촌 맷, 그 둘과 함께 말이죠.
앤드류에겐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사건이 일어난 셈이죠. 서먹해지려던 맷과 학생회장 후보가 앤드류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어요. 심지어 새로얻은 능력은 앤드류가 가장 강해요! 새로운 능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나름 규칙을 정해가면서 한동안 이들은 즐거운 한때를 보냅니다. 야구공의 궤도를 바꾼다던가, 마트에서 다른 사람들을 놀래킨다거나 하늘을 난다거나 하면서 말이에요. 네. 맷의 말처럼 태어나 가장 즐거운 날을 함께 합니다. 마술쇼로 앤드류는 학교에서 스타가 되기까지 해요!
하지만 본인은 변했지만 세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눈꼽만치도요. 크로니클의 감독은 너무 잔인해요. 앤드류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보여주다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트려버리죠. 남자가 될 뻔 했지만 술에 못이겨 기회를 놓친 와중에 스티브는 처참한 기분의 앤드류 앞에서 낄낄대며 웃고 있죠. 어머니는 병세가 점점 짙어져요. 미국의 의료체계는 어머니가 죽어가는데도 돈이 없으니 약을 줄 수 없다고 해요. 아버지는 모든게 앤드류의 탓이라며 두들겨패고, 아버지에게 두들겨맞고 하늘위에서 질질짜는 앤드류를 데리러 스티브가 쫓아오지만 앤드류는 스티브를 실수로 죽이고 말아요. 맷과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요.
이제 앤드류는 징징짜지 않아요. 앤드류는 약육강식, 사자가 사슴을 잡아먹으며 죄책감을 느끼질 않는다고 자기합리화하며 초능력을 사욕에 사용하기로 결심하기에 이릅니다. 아버지가 존경받을만한 사람이었을 때 입었던 소방관복을 입고 동네 양아치들을 털고 그걸로도 모자라자 주유소를 털다가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죠.
하지만 앤드류의 절망은 여기서 끝이 아녜요. 그러고 돌아다니는 와중에 어머니는 결국 세상을 뜨게 됩니다.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는 앤드류를 찾아온 아버지는 또 다시 이게 다 너의 탓이라며 앤드류를 채근해요. 점점 궁지에 몰린 앤드류는.. 네. 맛이 가버려요. 존중받지 못하고 모든걸 다 포기한 인간은 그 자체로 재앙이죠. 심지어는 그 사람이 초능력자라면? 영화는 재앙 그 자체가 된 앤드류를 구경꾼들의 핸드폰, 캠코더, CCTV, 경찰들의 카메라 따위로 보여줘요. 네. 브레이크도 범퍼도 고장난 자동차가 여기 있어요. 찌그러지고 깨지고 결국 박살나서 폐차될 운명의 자동차말예요.
-조금 더 추가해야 하는데 -_-



최근 덧글